서울 강동구 둔촌동에 자리한 ‘올림픽파크포레온’ 아파트가 입주 8개월 만에 벽면 균열 문제로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1만2032세대 규모로 ‘국내 최대 재건축 단지’라는 타이틀을 가진 이 아파트에서 발생한 크랙 문제는 단순한 하자를 넘어 구조적 안전성에 대한 우려까지 불러일으키고 있어요.
지난 2024년 11월 준공되어 입주가 시작된 올림픽파크포레온은 84㎡ 기준 분양가 12억원대에서 최근 28억8000만원까지 치솟으며 16억원 이상의 시세차익을 기록했던만큼, 입주민들의 불안감은 더욱 클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3단지 34층 복도 벽면에서 발견된 ‘이상한’ 균열
문제의 시작은 올림픽파크포레온 3단지 34층 복도 벽면에서 나타난 균열이었어요. 한 입주민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린 사진에는 복도 벽면을 따라 수평으로 길게 이어진 균열이 선명하게 드러났습니다.
해당 입주민은 “34층 복도에서 발견한 크랙이 하루만에 크게 번졌다고 해서 확인해봤다”며 “집이 무너져내릴까봐 심히 걱정되는 상황으로 현대건설 측의 안전진단과 상황 설명이 필요하다”고 호소했어요.
입주자대표회의가 강동구청에 제출한 민원서에는 더욱 구체적인 우려가 담겨 있었습니다. “수평 직선으로 길게 이어지는 균열이 다수 나타난 만큼, 구조체 자체의 하자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내용이었죠.
전문가들도 심각성을 인정했습니다. 안형준 전 건국대 건축대학장은 “신축 단지에서 이 정도 규모 크랙이 발생한 것은 이례적이며, 크랙의 길이나 깊이, 유리창까지 연결된 형태 등을 보면 가볍게 넘길 사안이 아니다”라고 지적했어요.
현대건설의 해명과 V커팅 논란
논란이 커지자 시공사인 현대건설은 즉각 해명에 나섰습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온라인에 확산된 사진은 실제 균열이 아니라 보수 작업을 위해 표면을 파내는 ‘V커팅’을 한 상태”라고 설명했어요.
V커팅이란 균열 부위를 넓고 깊게 홈을 파내는 작업으로, 이후 무수축몰탈을 채워 넣어 접착력과 내구성을 높이는 일반적인 보수 공법입니다. 현대건설은 “실균열 보수를 위해 해당 위치를 V커팅한 뒤 무수축몰탈 충진 과정을 거쳐 접착력과 내구성을 높인다”며 “보수 작업이 마무리된 상태”라고 전했습니다.
하지만 입주민들의 의구심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어요. 입주자대표회의는 현대건설에 공식 질의서를 발송하며 ▶수평 균열의 정확한 위치와 원인 ▶현행 V-커팅 방식 보수의 타당성 ▶재발 방지 대책 ▶유사 사례 전수조사 여부 등을 요구했습니다.
크랙뿐만 아니라 악취·결로·곰팡이까지
올림픽파크포레온의 문제는 크랙에만 그치지 않았어요. 매일일보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이 단지에서는 악취와 결로, 곰팡이 문제도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었습니다.
올림픽파크포레온 관리사무소는 지난 7월 10일 현대건설·대우건설·롯데건설·HDC현대산업개발에 ‘정화조 탈취시스템 전면 검토 및 대책 수립 요청의 건’ 공문을 발송했어요. 전체 단지 옥상 정화조, 배출기, 고층부 주변, 지하2층 정화조실, 지하주차장 주변, 커뮤니티 시설 주변 등에서 정화조 냄새 발생 민원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는 내용이었죠.
더 심각한 것은 커뮤니티시설의 상태였어요. 4개 단지 커뮤니티 사우나 내 천장 속 및 탈의실 등 전체적으로 결로 피해가 발생하고 있었고, 수시로 전등 누전으로 영업이 중단되는 상황까지 벌어졌습니다. 마감재 및 락카 등에는 습기로 인한 곰팡이까지 발생했어요.
한 입주민은 “균열도 균열인데, 단지와 세대 내부에서 악취가 너무 심하다”며 “상당히 많은 세대가 악취에 민원을 수도 없이 넣고 있는데 아무런 조치가 되지 않고 있다”고 하소연했습니다.
전수조사 착수와 정밀안전진단 계획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 강동구청과 현대건설은 대응에 나섰어요. 2025년 7월 28일부터 현대건설이 시공한 단지 전체를 대상으로 크랙 전수조사와 구조안전정밀진단이 실시되기 시작했습니다.
강동구청은 3단지뿐만 아니라 공동 시공에 참여한 HDC현대산업개발, 대우건설, 롯데건설 등 전체 시공사에 전수조사를 요청했어요. 현대건설 관계자는 “이른 시일 내에 정밀안전진단을 실시할 예정이며, 전문업체를 선정한 이후 최대한 빨리 안전진단을 실시해 원인을 파악하고 필요한 조치를 할 방침”이라고 밝혔습니다.
정밀안전진단은 건축물에 균열·침하·누수 등 이상 징후가 발생했을 때 구조적 안전성을 정밀 장비와 공학적 방법으로 평가하는 절차입니다. 필요 시 보수·보강 여부와 등급(A~E)을 판정하며, 붕괴 위험이 감지되면 사용 중지 조치도 가능해요.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의 그림자
올림픽파크포레온은 1980년대 준공된 둔촌주공아파트를 재건축한 단지로, 지하 3층~지상 35층 85개동에 총 1만2032가구가 들어서는 국내 최대 규모입니다.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이라는 수식어가 붙을 정도였죠.
하지만 그 화려한 수식어 뒤에는 험난한 과정이 숨어 있었어요. 2022년 공사비 증액을 둘러싼 조합과 시공사 간 갈등으로 약 6개월간 공사가 중단되기도 했습니다. 공사비는 3조2300억원에서 4조3700억원으로, 공사 기간은 42개월에서 58.5개월로 각각 조정되었어요.
분양 당시에도 큰 관심을 받았습니다. 84㎡ 기준 분양가는 12억원대였지만, 최근 입주권 시세는 최고 28억8000만원까지 치솟았어요. 2022년 11월 분양 당시와 비교해 16억원 이상 오른 셈입니다.
입주민들의 불안감과 현대건설의 대응
현재 올림픽파크포레온 입주민들은 극도의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어요. 높은 분양가와 더 높은 시세 프리미엄을 지불하고 입주했는데, 채 1년도 되지 않아 이런 문제들이 터져 나왔기 때문입니다.
한 입주민은 온라인 커뮤니티에 “불안해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다”며 “29억을 주고 산 집인데 이런 일이 생기다니”라고 토로했어요.
현대건설은 다음 주 입주민 간담회를 개최하기로 했습니다. 회사 관계자는 “입주민들의 우려를 충분히 이해하며, 투명하고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겠다”고 약속했어요.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문제점
건축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단순한 하자 문제로만 보기 어렵다고 지적하고 있어요. 특히 신축 아파트에서 이 정도 규모의 문제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는 것은 시공 과정에서의 품질관리 부실을 의심해봐야 한다는 의견입니다.
한 건축 전문가는 “크랙의 형태가 수평 직선으로 길게 이어지는 것은 일반적인 마감재 균열과는 다른 양상”이라며 “구조체 자체의 문제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정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어요.
또 다른 전문가는 “악취, 결로, 곰팡이 문제가 동시에 발생하는 것은 환기시스템이나 방수시스템의 설계·시공 문제를 시사한다”며 “이런 문제들은 초기에 제대로 해결하지 않으면 계속 재발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습니다.
앞으로의 전망과 대응 방안
현재 진행되고 있는 전수조사와 정밀안전진단 결과에 따라 이 사태의 향방이 결정될 것으로 보입니다. 만약 구조적 하자가 확인된다면 대대적인 보수작업이 불가피하고, 이는 입주민들의 생활에 큰 불편을 초래할 수 있어요.
법적 대응도 예상됩니다. 입주민들은 이미 집단 소송 가능성을 논의하기 시작했고, 일부는 하자보수보증금 지급을 요구하고 있어요.
현대건설을 비롯한 시공사들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품질관리 시스템을 전면 점검해야 할 상황입니다. ‘건설 명가’라는 현대건설의 명성에도 타격이 불가피해 보여요.
올림픽파크포레온 사태는 단순한 하자 문제를 넘어 국내 건설업계의 품질관리 시스템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국내 최대 규모 재건축 단지에서 발생한 이번 문제가 어떻게 해결될지, 그리고 이것이 향후 건설업계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주목해봐야 할 것 같아요.
입주민들의 안전과 재산권 보호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투명하고 정확한 조사가 이뤄져야 하며, 그 결과에 따른 적절한 후속 조치가 신속하게 진행되어야 할 것입니다.